[스크랩] `공지영`작가를 처음 강단에 세운 창원 신월고의 `작은 기적` 이야기
‘창원신월고등학교’ 학생들의 간절한 소원이 알라딘의 요술램프 ‘지니’의 마음을 움직였다. ‘알라딘의 요술램프’ 지니가 자신들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 오랫동안 갈망했던 인기작가 ‘공지영씨와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공지영씨 자신에게도 일생중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고교강단의 연사로 서게 만든 것이다. 자우림이 부른 르샤마지끄(Le chat magique)의 가사처럼 마법사의 푸른 지팡이가 조화를 부린 것이다. 마법이 일어난 것이다. 학생들의 ‘애타는 바램’이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자신의 일생중 처음으로 고교 강단에 서게 된 공지영 작가
이것이 연재물 게재로 바쁜 인기 작가 공지영씨를 경남 창원으로 불러 내린 신월고등학교의 ‘작은 기적의 사연’이다.
우리 학교는 2003년 개교하여 역사가 얼마 되지 않은 학교입니다.
그런 우리 학교에는 저희를 이끌어 주시고 격려를 전해주실 선배님이 거의 없답니다.
그런 우리에게, 역사가 긴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의 모습은 부러울 때가 많아요.
사회에서 성공한 선배님들께서 학교에 방문하시거나 격려를 전하실 때
우리에게도 그런 ‘멘토’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답니다.
그래서 열 여덟 살 우리는, 배우고 싶습니다.
더 많은 시간 세상을 살아오신,
꿈을 이루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신 선배님의 체험담을 들으며...
학교의 선배님은 아닐지라도,
인생의 선배이자 삶을 이끌어 가는 조언을 들려주신 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의 꿈을 키우는 데 격려와 희망을 안겨주실 멋진 분과 만나고 싶은, 저희의 소원.
그 중 우리가 꼭 만나 뵙고 싶은 분은 작가 공지영 님입니다.
사인회가 끝나고 작가와 단체사진을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데 고생한 선생님들
창원신월고 학생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플래쉬를 만들어 지난 7월,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한 ‘즐거운 학교 만들기-알라딘의 요술램프’ 전국 인터넷 국민제안공모전에 응모를 하였다. 결국 전국의 수많은 학교들을 제치고 고등학교로서는 유일하게 창원신월고 학생들의 ‘ 바램’이 선택되어졌다. 이런 순수하고 열정적인 재학생들의 바램은 작가의 가슴을 움직였고, 작가는 이 요청을 수락했다. 결국, ‘신월고 학생들과 공지영 작가와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학생들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공지영씨가 강단에 선 15일 오전 10시 30분, 대강당은 학생 500여명으로 꽉 찼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원했던 작가와 만나게 된다는 반가움과 설레임에 들떠 있었다. “신월고 학생들 덕분에 평생 처음으로 고등학교 강단에 서게 됐다”는 노련한 작가도 “조금은 떨린다” 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조금은 엄하게 첫 일갈을 내 뿜었다.
“어른이 되는게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어른’이 되는 가가 중요해요. 응모작품을 보니 학생들의 꿈도 다양하고 꽤 현실적인 것 같았어요. 검사, 판사, 정치인, 기업가 등. 근데 무엇이 되는 것은 두 번째 문제에요.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 되는가에요. 어떤 검사, 어떤 판사, 어떤 정치인, 어떤 기업가가 되는 것이 중요해요. 프랑스의 ‘아베 삐에르’ 신부님은 빈민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그런 일을 하셨지만 여론조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으로 뽑혔어요. 부자도 아니고 권력자도 아닌데.”
학교의 선배는 아닐지라도, 인생의 선배에게 삶을 이끌어 가는 조언을 듣고 싶다는 마음에 불타있는 학생들에게 작가의 말은 금과옥조였다. 모두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웠다.
작가가 집필한 책에 사인을 받고 있는 학생들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
“여러분은 우주가 만들어 낸 단 하나뿐인 생명입니다. 시끄럽다고, 더럽다고 친구를 모두 없애버리다면 그 친구를 누구도 다시 만들 수 없잖아요. 어떤 사람이든지 보석보다 귀중한 존재에요. 누구도 그 자리에 다 있어야 될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옆의 친구들을 인정하라, 왕따 시키지 말라는 이야기 같다. 근데, 성형수술 이야기가 나오자 학생들의 반응이 민감해졌다.
“내 몸의 일부, 내 신체의 일부를 영혼의 교감없이 함부로 하면 30~40대가 되어서 얼굴에 막 드러나요. 성형수술을 해도 소용없어요. 몸은 한가지를 뜯어 고치면 하나가 이상해집니다. 인체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마이클잭슨’을 보세요. 헐리웃의 최고 기술로 성형수술을 해도 얼굴이 무너지잖아요. 앞으로 우리나라도 연예인들의 얼굴 무너진 사진이 인터넷에 많이 떠돌게 될거예요. 성형수술 하지 마세요. 내면의 빛을 밝게 빛내세요.”
여기 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성형수술 하지 말라는 작가의 말에 외모에 관심이 많을 학생들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진다. 강연은 본론을 지나 막바지에 다다른다. 작가는 학생들에게 ‘좋은 시민’이 될 것을 요구한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좋은 시민이 될 수 있어요. 청소부나 가난한 사람도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도 좋은 시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감시할 줄 알아야 됩니다. ‘감시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깨어있음’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깨어있음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생각하는 것에서 일어납니다. 생각할 줄 아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됩니다. 여러분들 모두가 이세상 최고의 왕자, 공주가 될 지 모르는데 의미 없는 인생을 살 수는 없잖아요.”
공지영 작가의 방문을 환영하는 학생들의 클래식 연주 모습
대강당을 가득 메운 500여명의 학생들
강의가 끝났다. 학생들은 감사의 환호성을 지르고 우렁찬 박수로 작가의 좋은 말씀에 화답했다. 나고 학생들이 미리 준비한 질의-응답시간을 가진 뒤, 작가의 사인회가 뒤따랐다. 학생들과 선생님들도 책을 들고 길게 줄을 섰다. 다들 환한 얼굴이다. 친필사인 받을 생각에 즐거운 모양이다.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김민영(여,국어담당) 선생은 “학생들이 7월부터 응모준비를 했어요. 이번 행사를 10월 말에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사정으로 연기가 됐어요. 행사가 잘 끝나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참 좋네요.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공지영 작가와의 만남을 기다리면서 다들 책을 사서 읽고 그랬어요.” 라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이번 행사에 만족한 것 같다.
강의 처음부터 작가의 말에 귀기울이며 열심히 담아 적었던 임윤섭(남, 2학년 9반) 학생은 강의가 끝난 뒤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껴졌단다.
“저는 솔직히 외모를 중시하며 살았어요. 근데 작가님이 ”내면이 빛나는 사람은 성형한 사람보다 몇 배나 아름답다“고 하신 말을 듣고는 참 내가 한심하다고 느꼈졌어요. 이번에 인생 선배님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아마 제 인생에 있어 두 번 다시 못 뵐 인연이 되겠지요. 하지만 짧고도 길었던 공지영 작가와 함께한 시간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할 거에요.”
모교 선배는 아니지만, 인생의 선배로서 삶을 이끌어 가는 조언을 들려준 공지영 작가의 강연이 학생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주고 꿈을 키우는 데 일조한 것 같다. ‘우리에게도 ‘인생의 멘토’가 있었으면 한다’는 창원신월고 학생들의 이런 ‘겸손한 생각’이 국민들을 이끌어 가는 정치인들의 머리에서 자발적으로 일어 난다면 좋을텐데...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