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처럼 아름답게 늙어가세요 -법륜스님-
단풍처럼 아름답게 늙어가세요
새싹은 여름에 무성해지다가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고 결국은 가랑잎이 돼서 떨어집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흔히 '떨어지는 가랑잎이 쓸쓸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떨어지는 가랑잎이 쓸쓸한 걸까요? 아닙니다.
바로 그걸 보는 내 마음이 쓸쓸한 거예요. 가랑잎을 보면서 '찬란했던 내 젊음도 저 가랑잎처럼 스러져가는구나.' 하고
나이 들어가는 내 인생을 아쉬워하는 겁니다.
봄에 피는 꽃, 새싹만 예쁠까요? 가을에 잘 물든 단풍도 무척 곱고 예쁩니다.
아무리 꽃이 예뻐도 떨어지면 아무도 주워 가지 않지만, 가을에 잘 물든 단풍은 책 속에 고이 꽂아서 오래 보관하기도 합니다.
우리 인생도 나고 자라고 나이 들어가는데, 잘 물든 단풍처럼 늙어가면 그 인생에는 이미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듯 아름답게 물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등바등 늙지 않으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나이 들어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처지를 받아들인 사람의 얼굴은 무척이나 편안합니다.
잘 물든 단풍이 아름답듯이 늙음이 비참하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습니다. 순리대로 잘 늙어가는 것입니다.
나이 들면 뭐든지 지나치면 안 되고, 젊을 때처럼 욕심을 내면 안 됩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러면 노욕이라고 하는데, 좀 추하게 욕심을 부린다는 뜻이거든요.
나이가 들면 자꾸 일을 벌이고 계획을 세워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게 아니라 정리를 해나가야 합니다.
인생을 포기한다는 게 아니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기 때문에, 잔가지들을 정리하면서 잘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잔소리는 거두세요
나이가 들면 어딜 가든 젊은 사람들에게 훈계하느라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반복하면 듣기 좋아할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왜 잔소리와 간섭이 늘까요? 늘 옛날 기준으로 보니까 못마땅한 것이 많이 보여서입니다.
또 살아온 경험이 많으니 젊은 사람의 미숙함이 눈에 많이 띕니다. 그러니까 자꾸 훈수를 두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러나 보통은 잔소리라고 듣기 싫어합니다. 그러니 한 번 말하고 안 들으면 입을 꾹 다물어야 합니다.
비가 와서 젖을 걸 뻔히 알아도 한 번 젖고 두 번 젖고 세 번 젖고 그래서 고추농사 망치면 자식들도 그제야 압니다.
이런 경험을 묵묵히 지켜봐줘야 하는데, 어찌될지 알고 있으니까 자꾸 간섭을 하는 거예요.
자식을 생각해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지만, 잔소리를 한다고 자식들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귀찮게만 여깁니다.
그러니 입을 다무는 게 좋습니다.
자식이 부모 곁을 떠나고 잘 안 찾아온다면 부모는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좀 잔소리가 많구나. 남의 인생에 간섭을 하는구나.' 생각해야 합니다.
잔소리와 간섭을 안 해야, 자식과 같이 살아도 늘 보살핌을 받습니다.
법륜(法輪)
'부처의 법을 세상에 전파하라'는 뜻의 법명을 가진 법륜 스님은 평화운동가로서
오랜 시간 생태환경운동을 실천해왔다.
1988년 서원 정토회를 설립했고, 2004년부터 평화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천 번이 넘는 즉문즉설 강연회로 남녀노소 일상사의 답답함을 풀어주기도 한다. < 스님의 주례사 > ,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 , < 엄마 수업 >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발간했고,
최근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을 전한 신간 < 인생수업 > (휴)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