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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재]시의향기(208)-정우영`사람만이 희망인가`

후쿠시아 2013. 3. 9. 11:49

사람만이 이 땅의 희망인가

사람의 마음만이 세상의 중심인가

그렇다면 세상의 변두리에서 오히려 중심이 되는

저 모진 생명들은 다 무엇인가.

 

하찮은 풀의 마음도 우리와 같아서

거기서도 한 세상이 태어나고

나무 한그루의 사랑도 우리와 같아서

간절한 그리움으로 몸이 마른다.

 

안개 자우룩히 피어나는 어느날 새벽,

세상의 뿌리를 가만히 내려다보라.

풀과 나무까지 안쓰럽게 보듬고 선

한 어미의 다감한 근심이 뒤척이고 있을 것이다.

 

 

정우영(1960~ )'사람만이 희망인가'(『집이 떠나갔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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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의 시들은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들의 지친 삶을 보듬으려는 따뜻한 애정이 녹아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삶을 강요하는 현실에 맞서서 세상을 바꾸어보려는 열정과 의분이 꿈틀대고 있다. "세상의 변두리에서 오히려 중심이 되는/저 모진 생명들"을 보며, 인간중심적인 이기주의의 세상에서 이제는 인간의 척도 바깥에 있는 뭇 생명들을 보라고 시인은 말한다. 중심과 주변의 위계적 차별이 공고한 오늘날의 현실에서 "풀과 나무까지 안쓰럽게 보듬고 선/한 어미의 다감한 근심"을 온전히 느끼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날로 확산,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속에서 각종 정책은 계속 헛발질만 해대고 있는 요즘, "하찮은 풀의 마음"으로 "한 어미의 다감한 근심"으로 "저 모진 생명들"을 위해 "세상의 뿌리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신배섭․시인

 

출처 : 신배섭의 국어 마을
글쓴이 : 담덕지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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