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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자녀가 부모님께 드리는 시

후쿠시아 2013. 4. 26. 18:59

자녀가 부모님께 드리는 시

    -도 종 환-

 

 

동구 밖 고목나무 한가운데

커다랗게 뚫려 있는 구멍을 보다가

어머니 생각을 한다.

 

 

나도 어머니 가슴에 저렇게 커다란 구멍을

뚫어 놓은 건 아닐까.

가슴에 구멍을 뚫어 놓고는

모른 척하고 돌아선 뒤

잊어버린 건 아닐까.

 

 

아니,

어머니의 삶을 싹둑 베어버리진 않았을까.

 

 

 

그런 것 같다.

내가 그런 것 같다.

 

 

고목처럼 늙으신 어머니

가슴에 휑한 바람이

들락거리도록

만든 게 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