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오늘 - 이병국 /동아일보 2013 신춘문예 시 당선작 | ||
검지손가락 첫마디가 잘려나갔지만 아프진 않았다. 다만 그곳에서 자란 꽃나무가 무거워 허리를 펼 수 없었다. 사방에 흩어 놓은 햇볕에 머리가 헐었다. 바랜 눈으로 바라보는 앞은 여전히 형태를 지니지 못했다.
발등 위로 그들의 그림자가 지나간다. 망막에 맺힌 먼 길로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나는 허리를 펴지 못한다. 두 다리는 여백이 힘겹다.
연필로 그린 햇볕이 달력 같은 얼굴로 피어 있다. 뒤통수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양손 가득 길을 쥔 네가 흩날린다. 뒷걸음치는 그림자가 꽃나무를 삼킨다. 배는 고프지 않았다.
꽃이 떨어진다.
극야의 새벽
김재길/조선일보 2013 신춘문예 시조 당선
황도(黃道)의 뼈를 따라 하늘길이 결빙된다
난산하는 포유류들 사납게 울부짖고
제 눈알 갉아먹으며 벌레가 눈을 뜬다
황천의 검은 장막 활짝 걷고 문 열어라
손톱 깎는 날
우주는 뒷덜미만이 환하다, 기상청은 흐림 태어났을 때부터 내 손톱은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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