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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여 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 준다.
출처 : 꿈꾸는 목인
글쓴이 : 오월의 장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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