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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신자들은 ‘몸 법당’이란 말을 자주 쓴다.
몸은 부처님 법을 담은 그릇이며 몸을 통해 법을 설하고 실천하니
몸을 잘 간수하라는 뜻이 담긴 말이다.
그런데 ‘음식 포교사’로 불리며 사찰음식을 개발해
대중들에게 전파하고 있는 사찰음식 대가,
선재 스님(위)도 일찍이 그 ‘몸 법당’관리엔 소홀했다고 한다.
17년 전 받은 간경화 선고. 1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판정과는 달리
지금도 그는 1주일에 6일씩 강연을 하며 활달하게 살고있다.
아버지와 두 오빠를 간경화로 잃고
자신 또한 40세의 나이에 같은 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 스님은 생을 포기하려 했다고 한다.
그때 눈을 돌린 게 바로 자신의 중앙승가대 졸업논문 ‘사찰음식문화 연구’다.
사찰음식 관련 논문으론 국내 처음이었던 이 논문을 펴놓고
사찰음식으로 식단과 식습관을 바꾸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1년 만에 병세가 호전된 건 물론 지금까지 악화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선재 스님이 최근 펴낸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아래·불광출판사 펴냄)은
스님 말대로 “시한부 선고 이후 덤 인생을 살면서
대중들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식(食)의 체험 법이다. ‘
모든 법은 음식으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음식이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다.’
(증일아함경)라고 설파했던 부처님 말씀
그대로 음식의 조리며 준비, 섭생 모두 여법(如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여법’이란 모든 음식재료를 불성(佛性)을 가진 존재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음식이 자연과 우주의 생명이란 생각을 갖는다면 모든 사람을 부처로 섬기는 음식,
몸과 마음을 살리고 깨달음을 돕는 음식을 만들게 될 터.
스님은 “자연이 준 식재료에 감사하고 특성을 살려 요리하고,
내게 온 인연에 감사하며 먹을 때 음식은 가장 좋은 약이 된다.”고 말한다.
‘음식은 단순히 생명을 살리는 영양 덩어리가 아니라 사랑이요,
행복’이라는 스님의 정신은 책 곳곳에 스며있다.
3000년의 지혜가 담긴 사찰음식의 단순한 조리법에 머물지 않고
경전 말씀을 바탕으로 한 음식 철학, 사찰음식에 깃든 정신의 악센트가 역력하다.
그래서 재료를 씻고 다듬는 법이며 그릇에 담고 상에 놓는 원리,
올바로 먹는 순서를 꼼꼼하게 설명한다.
“지병으로 늘 피곤하지만 사찰음식을 강의할 때면 몸이 날아갈 것같이 가볍다.”는 스님. 그는 이렇게 말한다.
“병은 30%는 유전, 30%는 외부환경, 40%는 음식에서 온다고 합니다.
유전자를 바꿀 수 없고, 외부환경 역시 제 힘으로 바꿀 수 없으니
결국 바꿀 수 있는 건 음식뿐입니다.” 1만7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