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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화로 마음을 치유한다

후쿠시아 2012. 9. 16. 12:10

영화로 마음을 치유한다
영화치료, 새로운 심리치료 요법으로 부상
접근성이 높고 치유 효과가 큰 영화치료가 새로운 심리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6월 13일 불교상담개발원(원장 정덕)이 주최한 영화치료 강의 현장. 사진=박재완 기자

영상의 시대다. 오늘날 영상은 문자를 대신하는 정보 전달 매체로 자리 잡았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의 범람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지만, 영상 그 중에서도 영화를 잘 가려보면 심리문제를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새로운 심리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영화치료(cinematherapy)’가 그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친숙한 영화를 심리치료의 매체로 활용하는 ‘영화치료’는 지난 1930년대 유행했던 독서요법이 시대상황에 맞게 변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의 심리에 동화됨으로써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독서요법과 마찬가지로, 영화치료는 영화 속 상황과 인물을 자신과 동일시함으로써 심리적 문제를 이해하고 정신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접근이 용이하고, 상황에 대한 몰입과 감동을 쉽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영화치료의 장점이다.

지난 6월 13일 불교상담개발원(원장 정덕)이 주최한 ‘영화치료’ 월례특강에서도 영화치료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다. 영화치료전문가 김준형 이사(한국영상응용연구소 상담센터 ‘사이’)의 지도로 진행된 이날 특강에서는 영화 ‘하치이야기’를 감상함으로써 ‘슬픔과 상실감 다루기’를 시도했다. ‘하치이야기’는 실화에 기초한 것으로, 매일 기차역에서 출퇴근하는 주인을 마중하던 하치라는 개가 주인이 죽은 후에도 10년 간 기차역에서 주인을 기다린다는 스토리다.

이날 참석한 40여 명의 상담원들은 1시간여 동안 영화를 감상한 후 그룹별 토론을 실시했다. 가장 먼저 말문이 열리는 이는 역시 영화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다. 애완견을 키웠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당시 자신의 애완견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게 됐다는 고백도 잇따랐다. 김 이사는 “영화를 보며 슬퍼하는 것은 치유의 과정이고, 마음으로 고통을 경험하고 인정하고 표현할 때 비로소 슬픔은 변형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김 이사는 “영화가 심리치료 매체로 이용될 수 있는 이유는 관객이 객관적이고 의식적인 자아를 가진 상태에서 주인공이나 상황에 동일시를 느끼기 때문”이라며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므로 치유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영화치료는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의 지도로 영화 <하치 이야기>를 감상하고 있는 불교상담개발원 상담원들. 사진=박재완 기자

하지만 영화치료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에 영화치료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어떤’ 영화를 봐야할까? 사람마다 영화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시각차가 크고, 오락영화의 경우 치료효과가 크지 않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스토리 중 자신이 처한 상황과 유사하고 치유 효과가 큰 영화를 고르는 것이 좋다. 한국영상응용연구소(visualtherapy.co.kr) 등의 전문기관에서는 상황에 맞는 영화를 선별해 제공하고 있다. 대학입시에 실패한 학생에게는 ‘제리 맥과이어’를, 외모로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뮤리엘의 웨딩’을, 대인공포증 환자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를 권하는 식이다.

두 번째는 ‘어떻게’ 보느냐다. 영화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전문가의 지도다. 영화는 접근이 쉽고 치료효과도 뛰어나지만 잔류효과가 적다는 단점이 있다. 즉, 영화를 보고 난 감동이나 치유심리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치유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그 효과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안내가 필수적이다. 치료적 영화 관람을 위해서는 영화 줄거리 대신 인물을, 액션 대신 관계를, 결과 대신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영화가 함축하고 있는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 관람 후 치료자와 상담가 사이에 토론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교수(대구사이버대)는 “앞으로 영화나 영상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보는 등 다양한 영상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 같은 영화와 심리학의 결합은 디지털시대를 알리는 새로운 심리치료방법이다”고 말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영화, 일상 속에서 이롭게 사용되길"
영화평론가 겸 심리학자 심영섭
2005.12.02 / 송주연 기자 

상담소와 연구소를 연 영화평론가 겸 심리학자 심영섭. 기본적으로 개인 내담자들의 상담을 받고, 영상 매체를 심리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영화평론을 하면서 심리학을 공부해 영화 치료를 도입했다. 영화와 심리학의 접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영화가 심리학보다 먼저 내 삶에 있었다. 아버지가 영화광이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따라가면서 보고 그러던 것이 영화 글쓰기로 이어졌고 영화 평론을 하게 됐다. 영화는 직업으로서가 아닌 그냥 좋아서 하는 거였고, 심리학은 직업으로서 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박사 과정에 들어가면서 공부를 그만둘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영화와 심리학을 모두 공부한 내가 할 수 있는 게 영화 치료 아니겠냐며 교수님이 권해주셨다. 개념은 알고 있었지만 남들이 안 한 것을 하려니 학위 따기까지 시간이 참 오래 걸렸다.

자신에게 치료가 됐던 영화도 있나?
워낙 영화를 좋아하니 많은 영화가 나에게 영향을 줬다.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조지아>다. 개인적으로 이혼하고 한 1년을 너무 힘들게 보냈었는데 그 영화를 보고 많이 힘을 얻었다. 모든 것을 갖춘 언니와, 열정은 있지만 재능이 없는 동생의 이야기인데 재능이 없는 동생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꼭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꼈다. 내 인생 역시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다.

연구 결과 나타난 영화 치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일반적인 상담을 한 경우보다 영화 치료의 효과가 더 많이 나타났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 집단에서 영화 치료의 효과는 탁월하다.

영화 치료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도 있나?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영화로 치료를 하려고 해봐라. 당연히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한다. 또, 자신과 지나치게 똑같은 상황에 있는 영화를 권하는 것도 좋지 않다. 내담자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영화를 보게 하는 것이 좋다.

어떤 영화든지 영화 치료의 재료로 이용될 수 있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영화는 치료적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특히 폭력물이나 단순한 액션물 등은 활용할 수 없다.

상담소와 연구소를 열었는데 어떻게 운영해 갈 방침인가?
기본적으로 개인 내담자들의 상담을 받고, 영상 매체를 심리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할 예정이다. 사실 상담소이긴 하지만 연구소의 의미가 더 깊다. 치료와 상담은 이 곳이 아닌 청소년 센터나 각 지역 보건소 등으로 나가서 많이 한다. 이 곳에서 다른 예술 치료를 하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영화치료에 관한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우선 가장 먼저 할 일은 아직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영화 치료 목록을 만드는 일이다. 어떤 경우에 어떤 영화를 적용할 수 있는지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600편 정도를 분류했고 이를 웹상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앞으로 영화 치료가 할 일은?
아직 학회도 만들어지지 않은, 이제 막 고개를 드는 수준이라 할 일이 너무 많다. 개인적인 바람은 영화 치료가 전문가들에 의해 활용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각 가정과 개인이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마음이 아플 때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해 영화를 선택해서 보고 위안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치료가 영화를 단지 작품이 아닌 일상 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되었으면 한다.

사진 김태일 기자

출처 : 시간탐험대▶▷▶
글쓴이 : 김상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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